‘수도권 위기론’에 ‘중진 차출설’ 모락모락
‘수도권 위기론’에 ‘중진 차출설’ 모락모락
  • 이주리 기자
  • 승인 2023.08.3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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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총선 전략’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여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9월 정기국회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국민의 힘 의원들은 최근 1박 2일 연찬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최근 논란이 됐던 ‘수도권 위기론’을 두고 의원들 간 이견이 치열하게 나왔다. 김기현 대표는 "건강한 논쟁"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총선 판세를 놓고 현저한 시각차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후문이다. 여권에 드리운 ‘수도권 위기론’의 실체와 모색되고 있는 해법에 대해 살펴봤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여권의 ‘수도권 위기론’은 과연 현실화될까.

윤상현 의원(4선·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그 동안 페이스북과 방송 등을 통해 '수도권 위기론'을 확산시켜왔다. 그는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암이 큰 덩어리가 두 세개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연찬회에 참석한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언론이 만든 이야기"라며 "수도권은 언제든 위기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선거를 치러봤지만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며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은 그 순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결과는 그것과 다른 것들이 참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권 내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은 여전히 높다. 당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석이라도 더 이겨야“

윤상현 의원은 "1996년, 2008년 이후 우리가 (수도권에서) 이긴 적이 한 번도 없다. 수도권은 언제든지 지금까지 계속 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우리는 수도권에서 매번 지니까 그걸 당연히 받아들여야 된다가 아니라, 적어도 수도권에서 민주당보다는 한 석이라도 더 많이 이겨야 한다. 이게 우리의 포인트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가 수도권 위기론을 말씀드린 것은 당을 위한 충정 또 총선 승리, 특히 당 지도부를 보강시켜주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당 지지율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내년 총선에 어느 당을 찍을 거냐'는 것이다. 그걸 보면 대체로 민주당을 찍겠다는 여론이 훨씬 더 높게 나온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그런 것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된다"며 "선거가 7개월 남았기 때문에 준비를 빨리 서둘러야 한다. 수도권이라는 데가 만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위기론'을 공론화 한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시분당구갑)도 ”인재가 부족하다는 뜻에서 말씀을 드렸다"며 "작년 지방선거 때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분들이 대거 자치단체장으로 당선이 됐다. 그러다 보니까 지역마다 터를 닦고 많이 알려진 분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비어 있는 곳도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경제 문제인데, 7월부터 급격하게 지표가 나빠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 선거에 아무래도 여당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선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인재 영입과 함께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경제정책, 특히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기현 대표는 '수도권 위기론'을 두고 "건강한 논쟁"이라며 내홍 잡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연찬회 모두발언에서 "수도권 선거를 두고 어렵다, 아니다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전 건강한 논의라고 생각한다"며 "당내에서 이번 선거가 어렵다, 쉽다, 어떻게 될 것이냐 갑론을박하면서 생산적 과정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로 역동적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우리가 어렵지 않았던 때가 딱 한 번 빼고 없지 않았나. 그만큼 어려운 지역"이라며 "심혈을 기울여서 수도권 민심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찬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연찬회를 통해 우리가 함께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해 의기투합도 하고, 스스로 함께 성찰하고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격려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상대적 우위론을 바탕으로 여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결국 대통령 지지율과 집권 2년차 국정과제 성과, 3대개혁(연금·교육·노동)의 안정적 추진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국민의힘 당 조강강화특별위원회는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인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조직위원장은 지역조직 정비를 총괄하는 임무를 가지는 만큼 총선 공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이처럼 총선을 앞두고 당 조직정비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총선 승부의 가늠자가 될 경제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인재영입, 국정과제 뒷받침을 위한 세부전략 등 당 지도부의 명확한 '이정표'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상당수의 거물급이 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되면서 총선정국을 리드할 주요 인재풀이 좁아졌다는 문제의식이 적지 않다.

당안팎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당에 불리한 지표들이 나오는데도 지도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불안감이 포착되고 있다. 민주당의 이 대표 사법 리스크로 상대적 우위를 누리는 것 외에는 뚜렷한 전략이 없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수도권 선거를 한번도 치르지 않아 경험치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당 일각에선 총선 승리는 수도권에서 판가름 나는 만큼 올 하반기 경제상황을 비롯해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회복, 정부 개혁 정책 성과 여부에 따라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되느냐, 아니면 잦아드느냐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수도권은 지역적 정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제일 중요하다"며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계기가 있을 때 당이 잘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천하인재 십고초려”

한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여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수도권 위기론'을 두고 "위기를 고취하면 지지자들조차 제대로 결집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분은 수도권 위기라기보다 당을 떠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하는 안철수 윤상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등에게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는지 묻는 질의에 "의심하기보다는 각각 다른 목표가 있거나, 어떤 분은 진심으로 당을 위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이야기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최고위원은 “수도권 위기론이 번지면 마치 우리가 총선에서 패배할 것 같은 패배주의에 사로잡힐 수 있다"며 "위기론이라는 말을 공론화해서 퍼뜨린다든가, 이를 기반으로 모든 전략을 짜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총선 앞에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수백 가지 있는데, 잘 선택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충분히 이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어떻게 승리할 것인지, 어떤 전략을 구성할 것인지에 치중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짚었다. 김기현 대표는 이와 관련 '천하인재를 십고초려해서라도 모셔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권 내에선 ‘수도권 위기설’ 해법으로 ‘중진 역할론’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나경원 전 의원의 정치복귀 신호에 주목하는 이유다.

서울 지역구 3선 의원과 재선 제주도지사를 지낸 원 장관은 최근 친윤계 외곽조직인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세미나에서 부동산과 교통정책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제22대 총선을 "몇달 앞으로 다가온 국가적 재편"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역할을 시사했다.

4선의 나 전 의원도 국회도서관에서 정책싱크탱크 '(사)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PACT) 창립 포럼으로 세몰이를 했다. 당 지도부와 수십명 의원, 수백명 참석자가 몰려 총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나 전 의원은 수도권 판세를 '위기이자 기회'라고 표현했다.

여권이 ‘수도권 위기설’을 극복하고 어떻게 총선 전략을 준비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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