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무덤 지구에서 혼자 살아남기
쓰레기 무덤 지구에서 혼자 살아남기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3.10.31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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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영화 ‘월-E(Wall-E, 2008)’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지구 대기 권 밖 우주는 버려진 인공위성들의 잔해가 뿌연 먼지처럼 둘러싸여 있고 지구는 이미 쓰레기의 무덤이 된 지 오래다. 지구에는 어떠한 생명체 또한 보이지 않는다. 쓰레기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구. 그 지구에 단 하나의 로봇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의 이름은 월-이(E). 그가 하는 일은 쓰레기 청소다. 아무도 관리하는 이가 없지만 오래전 프로그래밍 된 그대로 아직도 폐기물을 치우고 있다. 쓰레기를 압축해서 쌓다 보니 고층건물만큼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그만큼 많은 쓰레기가 지구에 있다는 이야기다. 월이는 그렇게 쓰레기를 치우다가 맘에 드는 쓰레기가 보이면 반색을 하며 집어 든다. 그리고 집으로 가져간다. 그는 쓰레기 수집가였다. 더러운 쓰레기만 가득한 지구에서 홀로 생존한 로봇. 2008년 픽사에서 만든 이 로봇 영화 ‘월-E(Wall-E, 2008)’는 우리가 미래의 지구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미리 예측해 본 영화일 지도 모른다.

 

영화 ‘월-E’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지구는 쓰레기 천국, 생존자는 없다

미래의 지구. 더러운 신문 조각이 바람에 휘날린다. 신문에는 ‘지구를 뒤덮은 쓰레기! 비앤엘 회장 비상사태 선포’라고 헤드라인이 적혀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주인공 월이는 자신의 곤충 친구와 함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사실 월이는 로봇제조회사 비앤엘에서 만든 쓰레기 처리 전담 로봇이다. 인간들은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떠났다. 그리고 쓰레기 청소 로봇들을 지구를 정화시킨다는 명목으로 남겨뒀다. 그로부터 700년. 쓰레기 처리 로봇들도 전부 수명을 다해 작동을 멈췄다. 이제 작동하는 로봇은 월이 혼자다. 월이가 자생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부품을 갈아 끼우고 에너지를 충전했기 때문이다. ‘쓰레기 수집가’인 월이는 고철 쓰레기 더미에서 자신에게 맞는 부품들과 전자기판을 충분히 수집했고 수명이 다하면 부품을 갈며 연명해 왔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던 월이에게 새로운 사건이 생긴 것은 그즈음이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은 모래폭풍이 분다 싶더니 갑자기 반짝이는 무언가가 불시착했다. 정체 모를 거대한 우주선은 매끈하게 생긴 하얀색 첨단 로봇을 내려놓고 다시 우주로 떠나 버린다. 매끈한 바디를 뽐내던 이 로봇은 광선총을 쏘고 순식간에 건물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린다. 월이를 발견하고 그대로 폭파시키려 하다가 월이를 분석한다. 월이가 위협적이지 않은 쓸모없는 고철 로봇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투명인간, 아니 투명로봇 취급하고 자기 할 일만 한다. 하지만 월이는 알았다. 바로 이 로봇에게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월이는 최선을 다해 새로 등장한 로봇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월이는 이 로봇의 이름이 이브라는 것을 알게 됐고 자신의 거주지인 트레일러에 초대하기에 성공한다. 조금씩 월이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이브. 월이는 자신이 최근 발견한 소중한 보물을 이브에게 선물한다. 그것은 얼마 전 쓰레기 하치장에서 발견한 식물의 새싹이었다. 더럽고 황폐해진 지구의 땅에서 돋아난 생명의 증거였다. 그런데 이브는 식물을 발견하자마자 눈을 반짝이더니 이윽고 식물을 자신의 몸속에 집어넣고는 대기모드로 잠들어버린다.

 

영화 ‘월-E’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최첨단 로봇과 고철 로봇의 사랑이야기? 지구를 살리는 이야기

갑자기 조금씩 가까워지던 이브가 대기모드로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으니 월이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아무런 응답도 없는 이브를 위해 월이는 함께 배도 타보고 비가 오면 우산도 씌워주고 반짝이는 조명으로 장식도 해준다. 그렇게 홀로 있는 이브가 외롭지 않도록 사랑을 쏟는다. 어느 날 이브를 태우고 왔던 우주선이 또다시 나타나 이브를 데려갔다. 가만히 있을 월이가 아니다. 월이는 우주선에 간신히 매달려 이브를 구하러 선내에 잠입한다. 사실 이브의 정체는 700년 전 황폐해진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떠난 지구인들이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매번 보내던 탐사로봇이었다. 생명체를 발견하면 자신의 몸속에 넣어 우주선으로 귀환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브도 그렇게 떠난 수많은 탐사로봇 중 하나다. 하지만 월이에게 이브는 수많은 로봇 중에 하나가 아니다.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됐다. 한편 지구인들은 우주선에서 즐겁게 살고 있다. 다만 모든 것을 로봇이 다 해주다 보니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근육이 퇴화되어 걷지도 못하고 뒤집히면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기형적인 몸이 됐다. 사람들은 걷지 않고 무빙 베드를 타고 이동한다. 무빙 베드에는 홀로그램형 모니터가 상시 켜져 있다. 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채팅으로 대화한다. 우주선을 관리하는 선장 또한 예외는 아니다.

모든 일과는 로봇이 대신해주다 보니 점점 살이 쪄서 움직이기조차 힘들다. 이브가 식물을 가지고 오는 임무를 완수하자 선장은 그 오랜 숙원이던 지구귀환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실행되지 못한다. 로봇들이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자동프로그래밍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변경하려면 선장이 스스로 움직여서 로봇 자동모드를 해제하고 수동모드로 바꿔야 한다. 선장은 이를 해낸다. 그리고 이브와 월이도 이에 동참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로봇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울어진 우주선에서, 내 몸처럼 편안한 무빙 베드에서 힘겹게 일어나 조금씩 한 발자국씩 걷기 시작한다. 모두가 함께 지구로 가기 위해, 로봇에게 의존하던 것들을 버리고 인간으로서 힘을 내기 시작한다. 월이와 이브의 대활약으로 우주선은 지구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합심해서 지구를 재건하기 시작한다. 꽃이 피고 새들이 날아다니고 물속에서 물고기들이 유영한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푸른 지구다. 인류는 또 다시 문명을 만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작이다. 그 속에는 고철 로봇 월이의 우직함과 성실함, 지고지순한 사랑이 함께 있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새로운 인간의 문명, 생명의 시작이 눈물겹다. 벌써 15년 전 영화지만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인간이 점점 일상의 모든 것을 로봇에 의존하고 있는 모습은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인 탑승수단이 발전하면서 동네 곳곳에는 전동킥보드와 전동자전거가 비치되어 있다. 하루종일 일을 하다 보면 운동 부족이다. 그래도 걷는 것은 귀찮은 게 요즘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우주선에서 보던 홀로그램 모니터는 어떠한가. 같은 집에 살아도 각 방에서 서로 채팅 메시지 프로그램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커다란 TV를 거실에서 함께 보던 시대는 사라졌다. 각자 자신의 전자기기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혼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황폐해지고 있다. 쓰레기는 우리의 커다란 위협요소다. 앞으로 미래는 어떻게 될까. 실제 우리의 미래는 영화처럼 될 수 있을까? 700년 후가 아니라 70년 후 지구도 안전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은 위태롭다. 영화와 같이 인간과 로봇이 합심해 새로운 문명을 만들면 좋겠다. 아니 애초에 지구를 잘 가꾸고 관리해 우주로 떠도는 일 자체가 없기를 바란다. 월이와 이브의 아름다운 사랑처럼 우리의 미래도 아름다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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