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인 내가 춤을 배우는 이유
몸치인 내가 춤을 배우는 이유
  • 김은진 기자
  • 승인 2024.01.10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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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의 생각하는 일상]

[위클리서울=김은진 기자]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후 2022년 하반기부터 지역 체육센터가 문을 열면서 나는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몸 움직이기를 싫어하고 한 번 집에 들어오면 밖에 잘나가지 않는 성격인 나는 체육센터의 프로그램에 등록해야만 겨우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요가를 시작으로 매달 꼬박꼬박 체육 수업에 등록하기 시작했다. 참석하지 못하는 날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그리하여 지금은 1년 5개월째 중단 없이 운동을 하고 있다. 지금의 목표는 이 상태를 1년 반 더 이어서 3년을 중단 없이 운동하는 것이고, 다음 목표는 그 이후로 10년까지 운동하는 생활을 쭉 이어가는 것이다.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운동을 재개한 초반에는 체육 센터의 프로그램 중에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요가 프로그램도 선생님들마다 가르치는 방식에 차이가 있고 목표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6개월 정도 여러 수업을 방황한 끝에 맞는 요가 프로그램을 찾았다. 주 3일 요가 일정은 내 몸에 딱 맞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차분하고 에너지의 방향이 내면으로 흐르는 요가만 하는 것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케이팝 댄스였다. 신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케이팝 댄스는 몸치인 내게는 아이돌 그룹들이 하는 온갖 복잡한 동작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수업이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몸을 위한 운동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에서 케이팝 댄스는 운동보다는 취미 활동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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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수업에 다 만족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센터에 갈 수 없는 날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픈 날도 있고 바쁜 날도 있고 에너지가 없는 날도 있고 약속이 잡히는 날도 있다. 그러다 보면 한 주 동안 겨우 한 번 요가를 하게 되기도 하고 일주일 내내 한 번도 센터에 가지 못하게 되는 되는 때도 종종 있었다. 원하는 시간에 헬스장에 가서 자율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있는 수업에 들어가 운동하는 것의 단점이다. 그래서 나는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보조적인 운동을 하나 더 등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왕 요가를 하는 김에 좀 더 튼튼한 근육을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욕심으로 매트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내게 필라테스는 헬스와 요가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듯한 어정쩡한 느낌을 주었다. 이전에 헬스장에서 트레이너의 계획에 따라 근육을 단련하는 피트니스 운동은 내 몸에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고 현재 요가를 만족스럽게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나는 한 달 만에 매트 필라테스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일단 급한 대로 가장 시간대가 잘 맞는 저녁 줌바 수업을 등록했다. 줌바는 라틴 댄스 스텝을 기본으로 아름다움이나 기술보다는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움직임에 초점을 맞춰 짜인 안무에 맞춰 춤을 추는 운동이다. 처음 해 본 줌바는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다. 가장 큰 장점은 진입장벽이 낮고 자유도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다. 줌바는 그냥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따라 하면 되는 운동이다. 게다가 강도도 내가 원하는 정도로 조절할 수 있어 부담이 적었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줌바는 몇 개월 후 결국 요가와 함께 나의 고정 운동이 되었다.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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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쩌다 보니 나는 케이팝 댄스와 줌바, 이 두 가지의 춤을 배우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춤에 소질이 전혀 없다. 배운 안무를 몸으로 재현하는 솜씨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눈으로 본 움직임을 머리로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안무의 순서를 빨리 외우지 못한다. 이렇게 소질이 없어서인지 케이팝 댄스를 배운지 지금 이미 1년이 넘었지만 딱히 눈에 띄는 발전이 없는 상태다. 다행히 그나마 줌바는 케이팝 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무가 덜 복잡해서 조금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재능이 없어 실력이 잘 늘지 않는데도 내가 두 가지 댄스 수업을 계속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신나는 음악을 듣고 리듬을 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잘하든 못하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렸다. 댄스는 근육을 단련하는 요가보다는 육체적으로 덜 힘들고 집중력에 대한 부담이 좀 적어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춤추는 동안 일상생활 중에는 전혀 하지 않는 동작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댄스에서 다양한 종류의 스텝을 밟고 팔과 어깨를 쓰면서 내 팔다리 움직임의 가동성도 조금씩 높아졌다. 나는 오래 앉아 있는 생활패턴 때문에 굳은 팔에 통증이 있고 어깨가 뻣뻣해 두통이 잦았다. 물론 요가를 하면서 그런 통증이 서서히 낫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추가로 춤을 배우면서 아프거나 뻐근했던 부위의 상태가 급속하게 좋아졌다. 아마 평소 잘 쓰지 않던 상체의 여러 부위를 적당히 움직이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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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춤을 배우는 데 빠지게 된 더 근본적인 이유가 하나 있다. 댄스를 배우면서 나는 처음으로 나의 ‘움직이는 몸’에 대해 깊이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평소 생활하면서 늘 몸을 움직이고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습관적인 행동이라 딱히 의식을 한 적이 없었다.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 검도나 수영 같은 재미있는 ‘스포츠’를 배울 때는 내 몸 자체보다는 내 몸이 해낼 수 있는 ‘기술’에 대해 더 많이 집중했다. 죽도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휘두를 수 있는지, 물속에서 다리를 좀 더 힘차게 움직일 수 있는지에 관심이었을 뿐, 부상이 있지 않는 한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느껴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에 비해 요가는 기본적으로 내적인 감각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운동이다. 요가 덕분에 나는 내 몸의 반응과 감각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요가에서는 움직임보다 하나의 동작이 내 몸과 마음에 주는 효과와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요가가 내게 가르쳐 준 ‘자신의 신체 감각에 대한 인지’는 댄스를 배우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요가의 관점을 댄스로 옮겨오면서 나는 동작을 정확히 해내는 것보다 그 동작을 할 때 내 몸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를 관찰하는 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또한 움직일 때 내 몸의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도 생각하기 시작했다. 똑같이 팔을 돌리는 동작도 어깨의 움직임에 집중할 때와 팔의 움직임에 집중할 때는 눈에 보이는 결과가 달랐다. 뛸 때도 허벅지의 힘으로 움직일 때와 종아리 힘으로 움직일 때, 발의 힘으로 움직일 때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춤을 추면서 나는 매일 절반 정도의 시간은 움직이는 몸으로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전에 나는 매일의 몸의 상태, 올바른 자세, 질병이나 통증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무의식적으로 내 몸을 정적인 것으로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춤을 배우면서부터는 나의 ‘움직이는 몸’을 의식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위클리서울/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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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점으로 춤을 배우면서 나는 눈으로 보았을 때 더 아름답다고 느끼게 하는 동작은 몸의 중심 근육에서 나오는 힘과 명확한 의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들의 춤이 학생들과 근본적으로 달라 보이는 이유는 기초 훈련으로 근육의 힘이 단련되어 있는 상태에서 오랜 연습으로 그 힘을 어떻게 쓰는지는 알고 있는 데서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들의 춤과 검도 관장님의 가볍고 간결한 움직임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다시 검도를 하게 되면 이제는 예전에 나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배우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꾸준히 춤을 배우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춤을 잘 추지 못한다. 계속 춤을 배워도 춤에 소질 있는 사람처럼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춤을 배우면서 나는 내 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배웠다. 내가 몸의 움직임을 더 잘 이해하고 몸을 더 잘 움직일 줄 알게 되면 나는 몸을 통해서 더 자유로워지는 법 또한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체육실 전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웃기고 어설픈 춤 동작을 봐야 하는 머쓱함을 무릅쓰면서 계속 춤을 배울 것이고 내일도 체육센터에 나가 열심히 춤을 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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