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쓰레기봉투에 유기한 뉴스 본 기억...”
“신생아 쓰레기봉투에 유기한 뉴스 본 기억...”
  • 최규재 기자
  • 승인 2024.01.31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나봅시다] 겨울이 두려운 사람들 - ‘나는 환경미화원이다’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문명 앞에는 자연이 있었고, 문명 뒤에는 쓰레기만 남을 것이다.”

혹한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이다. 꽁꽁 얼어붙은 빙판길 위에 각종 바퀴가 눈에 뛴다. 때론 급브레이크를 밟다 쓰러진 상흔도 발견된다. 콘크리트 위 음식물 쓰레기가 할퀴고 간 자국들이 활보한다. 배달부와 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의 겨울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 이들에게 겨울 거리는 지뢰밭과 같다. <위클리서울>은 늘 영하의 바람과 마주해야 하는 거리의 미화원을 만나봤다.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박성진 씨(가명. 45. 남)는 울산에서 환경미화원으로 9년째 재직 중이다. 주 업무는 자정쯤부터 오전 8시경까지 종량제 봉투를 수거하는 것. 재활용 수거일에는 각종 재활용품을 수거하기도 한다. 어쩌다 음주운전 차량이 미화원이 뒤에 매달려 있는 쓰레기차를 박아 다리가 절단된 사건과도 마주한다. 겨울은 특히 위험하다. 무게 있는 쓰레기들을 수거할 시엔 차에 오르내리다가 골절상을 자주 입는다. 이처럼 수거 중 별별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늘 두렵다. 죽은 반려 동물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린 것을 수거한 경험도 있다. 어두운 곳에 쓰레기 봉투 옆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 사람을 보고 무척 놀랐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마네킹이었다. 이렇게 놀란 적도 많지만, 특히 종량제 봉투에 깨진 유리를 함부로 버려서 다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럼에도 자부심은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박성진 씨는 “하루 일이 끝나고 퇴근길에 내가 치워서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 왠지 모를 보람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지역에 가면 나도 모르게 그 지역의 쓰레기와 재활용품 배출을 보곤한다. 예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직업은 속일 수 없나 보다”고 했다. 칼바람이 매서운 겨울, 각종 쓰레기들과 마주하고 있는 박성진 씨를 만나 고충을 들어봤다.
 

- 하청업체 환경미화원으로 알고 있다. 소개하자면.

▲ 울산광역시의 한 군 소속의 하청 업체에서 용역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2015년에 입사했으니 횟수로 9년 넘게 일하는 중이다.
 

- 주로 어떤 일을 하나.

▲ 자정쯤부터 오전 8시경까지 종량제 봉투를 수거하고 있다. 재활용 수거일에는 각종 재활용품을 수거하기도 한다.
 

- 새벽 칼바람이 매섭다. 일하는 데 어떤 불편이 있나.

▲ 겨울에는 종량제 봉투도 얼어있어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장갑을 두껍게 끼면 손을 사용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손이 무척 시리다. 그리고 종량제 봉투에 각종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분들이 많아 봉투가 터지면 각종 악취가 나고 옷을 비롯해 얼굴에 음식물들이 묻어 힘이 든다.
 

- 작업 중 사건 사고는 없었는지.

▲ 제가 알기로 산업재해율이 제일 높은 직종이 저의 경우처럼 용역업체 환경미화원으로 알고 있다.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각종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많이 본다. 음주운전 차량이 미화원이 뒤에 매달려 있는 쓰레기차를 박아 다리가 절단된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다행히 저는 다친 적이 없지만, 예전에 우리 회사 차에도 음주운전 차량이 쓰레기차 뒤쪽을 박은 적이 있다. 뒤에 매달린 미화원분이 미리 피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무거운 것을 계속 들어야 하기에 허리나 팔목이 좋지 않은 분들이 많고, 차에 오르고 내리고 하면서 발목 골절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 겨울이 특히 두려울 것 같다.

▲ 좀 전에 말했듯 날씨가 차니 몸이 늘 얼어 있다. 여름보다 유연성이 떨어져서 발목 등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블랙아이스 등 미끄러운 곳이 많이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위클리서울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 차 뒤에 매달려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작업의 효율성 때문인가. 아니면 마감이 임박해서인가.

▲ 차 뒤에 매달리지 않고는 도저히 작업이 안된다. 하루에 10톤 정도를 치우는데, 담당구역을 계속 걸으면서 일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본은 뒤가 아니라 옆에 미화원이 탑승하는 차량을 운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나라도 도입했으면 좋겠다.
 

- 신생아를 줍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 여러 사태들과 마주한다는데.

▲ 2022년 신생아를 쓰레기봉투에 유기한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한 아이는 다행히 지나가는 행인에 의해 구조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한 아이는 청소 용역 업체 직원이 쓰레기 봉투를 수거에 차량에 싣던 중 봉투가 터지면서 탯줄이 달린 알몸 상태로 발견되었다. 결국 이 아이는 사망했다. 이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쓰레기봉투 수거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죽은 반려 동물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린 것을 수거한 경험은 있다. 그리고 예전에 어두운 곳에 쓰레기 봉투 옆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 사람을 보고 무척 놀랐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마네킹이었다. 이렇게 놀란 적도 많지만, 특히 종량제 봉투에 깨진 유리를 함부로 버려서 다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 가장 바쁜 시기는 언제인가. 요일로 따지자면 아무래도 월요일이 가장 바쁠 것 같은데.

▲ 3~4년 전부터 주5일 근무가 시행되면서 금요일 아침에 그 주의 모든 일이 끝난다. 그리고 월요일 자정 무렵 새로 일을 시작하기에 2박 3일간을 쉰다. 우리가 쉬는 동안 쌓여있는 쓰레기의 양이 무척 많기에 월요일이 가장 힘이 든다.
 

- 노동 강도, 시간 등에 비해 급여는 만족스러운지.

▲ 2015년 처음 입사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급 임금은 거의 1.5배 이상 올랐다. 노동 강도도 예전보다 작업 인원이 늘어나 많이 좋아졌다. 다만, 쓰레기를 버리시는 시민분들의 의식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특히 원룸촌은 아무리 계도를 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 사측의 복지시스템은 어떠한가. 정년은 보장되어 있는지.

▲ 우리 회사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편이고, 정년은 만 63세로 넉넉한 편이다. 그리고 일할 체력이 되면 정년 후, 촉탁으로 2~3년 더 일할 수 있기에 매우 만족한다.
 

- 자신의 일이 사회에 어떤 공헌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어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 하루 일이 끝나고 퇴근길에 내가 치워서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 왠지 모를 보람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 가면 나도 모르게 그 지역의 쓰레기와 재활용품 배출을 보곤한다. 예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직업은 속일 수 없나 보다.
 

- 들어보면 지저분한 것들을 많이 만지는 상황이다. 마인드가 남다를 것 같다.

▲ 어찌보면 발상의 전환을 경함하고 있다랄까. 여름에 쓰레기 봉지 주변에는 파리와 초파리, 구더기 등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초파리는 현대 유전학을 창시한 위대한 동물이다. 유전학과 의학에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에게 도움을 준 이 작디작은 초파리 연구로 인해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6명이나 된다. 쓰레기를 치우면서 만난 초파리 덕분에 세상에는 하찮은 것이 없고, 각자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지저분하다지만 과학적인 것들과 마주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 이런 일들이 매번 반복되는 상황이다. 마음 한 구석 어떤 축을 지니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

▲ 같은 시간과 장소를 매번 일정한 속도로 지나가며 각종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회사에서 출발해 회사로 돌아오는 똑같은 여정이 매일 반복된다. 매일 오후 3시 30분 동네의 산책로를 하루도 빠짐없이 다녔다는 칸트를 떠올리기도 한다. 칸트가 산책하는 시간이 너무 정확해서 동네 사람들이 그가 산책하는 시간에 시계를 맞췄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저는 주 5일을 근무하기에 평생 단 2번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간에 산책했다는 칸트에 견줄 수는 없지만, 칸트처럼 일하는 중에는 일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등속운동을 하고 있다. 등속운동을 하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처럼 매일, 매주, 매달, 매년 점점 늘어나는 쓰레기를 치우면서 오직 인간만이 지구에서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심각성은 지구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틈나는 대로 제가 사는 집과 지구를 주제로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뜻밖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지구과학이라는 학문의 시초가 바로 칸트이다. 프로이센 출신으로 평생 고향인 쾨니히스베르크를 떠난 본 적이 없는 칸트가 지구과학의 시초가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다. 제 담당구역의 쓰레기만 치워도 온 지구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칸트 철학의 근본개념 중의 하나인 ‘선험적’(경험하기 이전에 인간이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어, 대상을 인식하는 근거가 되는 것)인 의미를 되짚어 본다. 칸트는 자신의 대표적 저서 ‘순수이성비판’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야기한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지금까지 주장해온 사고방식이나 견해가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것을 의미한다. 코페르니쿠스는 천체의 운행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해 당시 천동설을 숭배하던 기존 사회에 큰 충격을 준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칸트 이후 확고한 의미를 띠게 되는데, 이것은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 공전에 관한 개념의 이야기이지만, 더 깊이 파고들면 우리가 사는 지구가 자기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자전에 관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움직이는 것은 별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는 자각은 지구에서 우리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다.
 

- 일 하면서 가슴 따뜻했던 기억이 있다면.

▲ 매년 명절마다 꼭 잊지 않고 선물을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중에서 한 식당 사장은 얼굴을 본적이 없는데도 선물을 챙겨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내가 쓴 책이 나왔을 때, 선물로 드렸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어머니랑 저에게 식사자리를 마련해줬다. 그리고 각종 김치와 반찬 등을 자주 주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올해도 김장김치를 챙겨주시는 등 해서 감사했다. 또한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를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와 간식을 챙겨주시는 치킨집이 있다. 이 치킨집에서는 8년을 넘게 매번 이렇게 챙겨주시는데, 중, 고등학생일 때 본 이 가게 남매들이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조문도 오셨고 이제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역시도 이 댁 자녀분들이 시집, 장가갈 때 꼭 갈 것이다.
 

- 집필 활동 등 부업도 겸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 사실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한 계기는 두 분의 부모가 모두 장애인이 되시면서 낮에 부모님을 보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을 10년 넘게 앓아오신 아버지와 뇌경색으로 양쪽 눈의 시야를 잃으신 어머니를 보살피기 위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환경미화원으로 살며 부모님을 보살핀 이야기를 담은 책을 냈다. 책 덕분에 방송도 출연하고 새로운 인연들을 많이 만났다. 이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혼자 남았다. 지금은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책 준비를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작은 신문에 꾸준히 글을 연재하고 있다.
 

- 작업적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일을 하면서 저는 우리가 지구에서 어떠한 존재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결국, 지금 지구상에 심각한 문제가 되는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난민 문제 등등이 모두 우리가 일으킨 문제이기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소위 문명국가에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는 이미 지금 지구에 필요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동설을 통해 지구 자전축이 스스로 돌아가고 있다는 발견 했을 때, 지구에 사는 우리는 인식의 대전환을 맞게 된다. 그동안 지구의 주인공이었던 ‘신’ 중심사상에서 그 주인공이 우리 인간에게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운명은 바로 우리가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미화원으로 쓰레기를 치우며 가끔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바라보면서, 칸트의 묘비명이자 ‘실천이성비판’의 결론이 떠오르곤 한다. “내 머리 위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마음 안에 있는 도덕 법칙을 꾸준히 생각할수록, 언제나 크게 감탄함과 동시에 두렵고도 공경하는 감정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아울러 각종 쓰레기를 치우면서 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쓰레기를 생산해낸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정말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것 같다. “문명 앞에는 숲이 있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따른다”라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으로서 저는 이 문구를 이렇게 바꾸고 싶다. “문명 앞에는 자연이 있었고, 문명 뒤에는 쓰레기만 남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